무슨 일이신가, 의사선생?: 이형구와 종의 기원

하워드 러트코스키(Howard Rutkowski)

 

 

펀치 라인

 

액자처럼 검게 에워싼 방 한 가운데 작업이 극적인 조명을 받으며 놓여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보는 것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개의 뼈대. 먹잇감과 그 뒤를 쫓는 사냥꾼이다. 그리고 옆에 드로잉. 코요테와 로드러너! 이거 뭐 과학전인가! 기발하고 똑똑하며 아주 재미있다!

 

웃음이 좀 잦아들자, 이 작업에 대해 아주 흥미로운 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모리지오 카텔란의 박제 동물 같은 식으로 기발하거나 웃기기만 한건 아니다. 여기엔 무슨 모종의 새로운 과학수사 같은 것이 들어있어서 애써 따라가다 허무한 결론만 나는 배리법(reductio ad absurdum, 기껏 결론이 부조리함을 드러내 애초의 기본 전제가 오류였음을 확인하는 공연한 논리 전개 –역자 주)을 넘어선 어떤 과정에 대한 탐험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이유인 즉, 우선 여기 등장하는 만화 캐릭터들은 실제 인물들이 아니다. 인간의 행동패턴을 2차원 상에서 과장한 표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전 세계 대중 문화 전당에 입성하게 되면서 이제는 실제 이 세상에 현존하는 실존 인물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다문화 왕국인 디즈니를 한번 생각해보라.) 유독 털(혹은 깃털이라도)이 있는 동물을 의인화 하고 싶어하는 성향 때문에 인간은 만화 캐릭터들에게 자신을 닮은 성격을 부여하였고 자기가 겪는 일상의 고난과 시련 상황에 캐릭터들을 대신 위치시켰다. 이러한 만화 캐릭터들이 단순하지만, 극단적인 형태로 우리 모습을 대변한 것이라 한다면 이 형태들은 또한 얼마든지 해체되고 분석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단, 이형구의 작업은 해체를 향한 대중 심리학적인 접근을 피한다. 그는 어쩌면 통속적인 고생물학에 더 근접한 물리적 해체를 추구하고 있다. 디테일까지 섬세히, 철저히 그리고 완벽하게 끝까지 밀어 부치면서 말이다.

 

 

'낯익은 계보'

 

퍼밀리어 트리(familiar tree: 낯익은 계보), 이형구가 처음 생각한 전시 제목이었다. '패밀리 트리(family tree: 가계도家系圖)'에 유추하여 직접 만든 창조물들의 진화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만화 캐릭터에 느끼는 감정적 이입을 빌어오기 위함이었다. 전시에 소개된 신작들은 이미 2004년에 그가 진행한 <호모 아니마투스(Homo Animatus)>에서 시작되었다. <호모 아니마투스>는 호문쿨루스(homunculus) 들을 다룬 것인데, 이는 라틴어로 '작은 사람' 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어떤 형태를 과장한 것을 말한다(결국 사람 형태를 한 엘머 퍼드[루니 툰즈 캐릭터로 번번히 토끼 버니 사냥에 실패하는 엽총 든 난쟁이 남자 사냥꾼 캐릭터 –역자 주] 캐릭터를 떠올려 보라). 원래 호문쿨루스는 중세 연금술사들이 창조했다고 주장해 온 마법의 힘을 지닌 생명체들이다. 일반적인 작가 아틀리에라기 보다 실험실에 더 가까운 이형구의 작업실을 보면 이 연결 관계는 더욱 쉽게 그려진다. 거기다가 만화 주인공들은 놀라운 힘과, 복구능력, 그리고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다음 장면에서 멀쩡히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코요테는 몇 번이나 절벽에서 떨어졌던가?

<호모 아니마투스>는 이형구의 초기작업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초기 작업에서 그는 자기 신체를 만화적 간결함으로 축소하기 위해 몸을 변형하고 있다. 렌즈를 확대시키거나, 줄임에 따라 변하는 몸의 조형적 형태를 이용해 작가는 실제 이 세계에서의 외관과 시각을 동시에 바꾸는 다양한 신체 의상을 만들어 냈다. 이형구에게 있어<호모 아니마투스>는 독특하고, 퇴화적인 방식으로 역행하는 그만의 '종의 기원(Origin of the Species)'이다. 어떻게 만화 캐릭터들이 그들의 인간 짝패를 위해 대타로 뛰어주는지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 계보에는 <카니스 라트란스 아니마투스(Canis Latrans Animatus)>(와일 코요테)와 <지오코킥스 아니마투스(Geococcyx Animatus)> (로드 러너)에 이어 <레푸스 아니마투스(Lepus Animatus)>(벅스 버니), <펠리스 카투스 애니마투스(Felis Catus Animatus)>(톰), <무스 아니마투스(Mus Animatus)>(제리), <아나스 아니마투스(Anas Animatus)>(도널드 덕), 그리고 조카 <아니마투스 H, L, D>(휴이, 듀이, 루이) 등이 연달아 등장한다.

 

'퍼밀리어 트리(낯익은 계보)'야 말로 이들을 설명해주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다. 휴먼 아니마투스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가깝고 친근해서 안에 있는 내 모습보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캐릭터 혹은 인물의 '뼈대'들이다.

 

 

과정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결말을 내기 전에 먼저 뼈대가 필요하다. 익살이나 농담은 마지막 한 방에 이르기 전에 우선 어떤 이야기를 깔게 된다. 하지만 이형구의 작업방식은 거꾸로다. 최종 작품만 봐서는 그 시작의 복잡함을 가늠할 수가 없다. 물론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각적인 기쁨과 즐거움, 황당함 같은 효과를 주지만, 이 작업의 시작과 발전 과정을 봐야 제대로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작가의 작업실은 실험실이며, 아티스트의 지저분한 다락방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술자들이 '무균실'에서 흰색 작업복과 마스크를 끼고 작업하는 이 공간은 다른 어떤 공간과도 다르다. 실제 동물 뼈들이 진행 중인 작업과 함께 선반 위에 놓여 있다. 상상으로 만든 캐릭터의 진흙 두개골 모형을 보면서 화석이 된 우리 조상들의 두개골 복원 작업을 하기도 한다. 작업실 벽 사방에는 실제 동물과 그 동물의 만화 속 캐릭터들을 해부해 본 드로잉들이 붙어 있다. 그가 사용하는 연장과 작업 방식들은 일반적으로 현대미술작업하면 떠오르는 붓과 페인트 통이 어지러이 놓인 그런 것보다는 네이쳐 채널에서 보는 것과 더 비슷하다.

 

각 창조물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 라틴어식 이름들은 작가의 유사과학적 접근을 강조하는 것으로 '계(界). 문(門), 속(屬), 과(科)' 등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분류할 때 쓰이는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다. 로드 러너 만화의 팬들은 '코요투스 임비킬루스(Coyotus imbicilus)' 같은 캐릭터들을 설명하는데 학생 때 배운 라틴어가 동원되곤 했던걸 기억할 것이다.

 

 

작업의 재료

 

작업은 탁월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반면,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다양한 작업의 창작과정을 살펴보게 되면 작업 뒤의 작동 방식이 보이게 된다. 그런데 '종의 기원'의 진정한 시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형구는 자기 작업이 변해가는 발전선 상에서 주로 주목한 작가가 로뎅과 쟈코메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로댕은 시시콜콜 그대로인 인간의 원래 형상에 서구 조각사의 대명사였던 '신체의 이상화'를 거부하고 영웅적인 공간감각을 불어넣은 사람이었다. 로댕은 마치 이형구의 광학 헬멧과 신체변형장치들이 물리적 실제의 대안들을 만들어내듯이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 버린 작가였다.

 

자코메티의 작업은 구상, 입체, 초현실에 달하는 미술의 많은 주요 단계들을 거쳐 마침내 전후 유럽 시기에 그의 최고지점에 다다르면서 실존적 고통에 가득찬 인간의 형태를 그리려 했다. 쟈코메티는 인간의 내면적 현실을 발견했다.

 

작가는 새로운 조각공간을 창조하려 했던 이 두 명의 예술가 능력을 언급해왔다. '공간'이라는 것은 3차원에서 작업하는 모든 작가들이 맞닥뜨려 해결해야 하는 개념이다. 이형구는 그의 새로운 작업으로, 그의 작업인 오브젝추얼스(The Objectuals)> 시리즈로 규명된 가상 공간을 떠나, 가상을 실제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